“세계적인 트럭 운전자 부족으로 자율 ‘운송’은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승용차보다 상용차에서 자율주행의 진정한 사업 사례를 찾기 쉬울 것입니다. 볼보그룹이 꿈꾸는 전동·자동화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 국가라는 점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라스 스텐크비스트(Lars Stenqvist·사진) 볼보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화물량은 턱 없이 늘어나고 있으나 트럭 운전자는 심각하게 부족하고 이에 따라 하루 2000km를 24시간 연중무휴 운행할 수 있는 자율 운송은 혁신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고 강조했다.
볼보 그룹은 중국 지리 그룹이 인수한 볼보 승용차와 별도로 여전히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용차 및 건설기계 브랜다. 1928년 설립 이래 신뢰성 높고 안전한 볼보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트럭 등 상용차·중장비 업계에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볼보 그룹은 올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에서 키노트를 맡으며 ‘친환경 상용차’의 미래를 역설한 바 있다. 204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의 기저에 전기차 기술이 있음은 물론이다.
북미·유럽 등 육상 운송에 대한 물류 의존도가 큰 지역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트럭 등 상용차 전동화가 필수다. 온라인 쇼핑과 도시화가 가속화하며 운송 수요 또한 폭주하고 있다. 스텐크비스트 CTO는 “2010년 대비 2050년 화물량은 5배 증가할 전망으로 며칠이 걸리는 여정을 익일 배송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율 주행 트럭이 필수”라며 “변화의 진정한 동인은 비용과 효율성이기에 승용차보다 상용차에서 자율 주행의 기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볼보 그룹은 이미 유럽과 북미 대형 전기·자율주행 트럭 시장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스텐크비스트 CTO는 “최근 텍사스 전역에서 DHL을 위한 첫 볼보 VNL 자율 주행 트럭을 상업용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탑승한 자율주행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노르웨이 브뢴노이 칼크 석회석 광산에서 지상과 지하의 극한 환경을 오가는 완전 자율 주행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럭 등 상용차는 그 특성상 충전 인프라 보급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도 크다. 하지만 대형 트럭 충전 인프라 투자와 정책은 승용차 대비 뒤쳐지고 있다. 스텐크비스트 CTO는 “유럽에서는 2030년까지 대형 트럭에 4만 개의 고속 충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약 500개에 불과하다”며 “행동해야 할 때는 ‘어제’였고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볼보 그룹은 2021년 트라톤 및 다임러 트럭과 협력해 유럽 전역에 1700개의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합작 투자사를 설립했고 북미에서도 볼보, 다임러, 나비스타가 연합해 인프라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험로를 달려야 하는 상용차의 주행 요건은 한파 등 외부환경에 민감한 전기차 배터리에도 치명적이다. 그는 “예열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건 사실이지만 배터리의 가열 및 냉각 시스템이 장착돼 추운 기후에도 손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볼보 그룹은 한국과도 연이 깊다. 볼보그룹코리아는 1998년 창원 삼성중공업 중장비 공장을 인수해 탄생한 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은 볼보 건설장비의 총 생산량 90%가량을 도맡고 있기도 하다. 스텐크비스트 CTO는 “한국은 볼보그룹의 핵심 제조 허브일 뿐 아니라 삼성SDI와의 협업에서 볼 수 있듯 전기차용 배터리팩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협력 국가”라며 “자동화와 안전 분야에서도 협업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한국과 파트너십을 더욱 확장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