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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낮으면 이젠 진짜 퇴출…느슨했던 국장에 긴장감 줄까

2년 전 투자자 보호 강조하더니

韓 증시 부진에 부실기업 퇴출

시총·매출 등 상장 요건 높이고

상폐 기간 단축해 빠르게 내보내

바이오협회 등은 제도 개선 환영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지난해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밸류업 당근을 내민 정부가 이번엔 채찍을 꺼내들었습니다.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와 매출액 기준을 최대 10배까지 높이면서 유명무실했던 상장폐지 기능을 강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감사의견이 2회 연속 미달돼도 즉시 퇴출하는 등 저성과 기업의 적절한 퇴출로 시장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입니다.

2022년 10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기업 회생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정비했습니다. 당시 재무 관련 요건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서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해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겁니다.

불과 2년 만에 정부 태도가 180도 바뀌어 기업 퇴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그 사이 한국 증시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부진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6년 동안 매년 평균 99개 기업이 상장한 반면 퇴출 기업은 25개 기업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말 국내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2288조 원으로 미국(9경 968조 원) 대비 4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상장기업 수는 2478개사로 미국(4044개사)의 절반을 넘습니다. 한국보다 시가총액이 1000조 원 이상 많은 대만(3492조 원)보다도 상장사가 732개나 많습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상장폐지가 기업·투자자 피해라는 측면만 강조되면서 상장폐지 요건이 완화된 결과입니다. 현행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은 각각 2009년, 2003년 도입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10년간 두 요건으로 상장폐지 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었습니다. 진입요건 대비 퇴출요건의 상대 비율은 2.5% 수준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25%), 나스닥(31%), 싱가포르(27%), 일본(100%)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저성과 기업을 퇴출하기 위해 시가총액 요건을 3년간 3단계에 걸쳐 최대 500억 원(코스닥 300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50억 원(코스닥 40억 원)에서 2026년 200억 원(150억 원), 2027년 300억 원(200억 원), 2028년 500억 원(300억 원)으로 10배(7.5배) 높이는 겁니다.



매출액 상장 기준도 코스피는 50억 원에서 300억 원, 코스닥은 3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엄격해집니다. 다만 시가총액에 비해 단기에 큰 폭으로 늘리기 어려운 만큼 시가총액보단 상향 폭이 크지 않습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 매출액이 낮은 기업 특성을 고려해 시가총액이 1000억 원(코스닥 600억 원) 이상이면 매출액 미달 상장폐지 조건을 적용하지 않기로도 했습니다.

최종 상향 조정이 마무리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피 788개사 중 62개사(7.9%), 코스닥 1530개사 중 137개사(8.9%)가 요건에 미달된다. 앞으로 3~4년 동안 기업가치 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시장 여건이 악화되면 퇴출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요건만 강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제도도 정비했습니다. 일단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시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퇴출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상장폐지된 사례 71건 중 62건은 사유 발생부터 최종 퇴출까지 1년 이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이의 신청 시 코스닥 개선 기간은 현행 1년을 유지하되 코스피는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실질 심사는 코스피에서 최대 4년(2+2)에서 최대 2년(1+1), 코스닥에서는 최대 2년에서 최대 1.5년으로 축소합니다. 코스닥 실질 심사의 경우에는 2심과 3심을 합쳐 2심제로 운영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형식·실질 사유가 중복 발생하면 병행 진행하다가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이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실질 심사를 중단한 후 개선 기간을 먼저 부여한 뒤 이를 해소하고 다시 실질 심사를 진행하면서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안에 대해 기대감과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는 일부 상장사는 최근 3년 동안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 데다 감사 의견에 문제가 없고 배당마저 꾸준히 이어가는 등 건실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 기준만 충족하면 매출 기준에선 면제한다는 측면에서 바이오기업들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에 발표된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이 시장 건전성 강화 및 상장 바이오기업의 가치증대를 염두에 두고 개편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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