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선수들은 3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2011년 3승 이후 13년 만의 최소 승수였다. 우승 횟수가 줄어들면서 ‘한국여자골퍼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것이다.
비록 우승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한국 여자골퍼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증거도 있었다. ‘톱10’ 횟수가 회복됐다는 점이다.
한국여자골퍼들이 5승을 합작했던 2023년 전체 톱10 횟수는 46회에 불과했다. 최근 10년의 기록을 보더라도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가 50회를 넘기지 못한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2020년과 2023년 두 번 뿐이었다. 2020년의 경우 LPGA 투어에서 뛰던 한국여자골퍼들이 상당수 국내 투어에 머물면서 총 27회 톱10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작년 한국 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는 66회로 늘었다. 2023년에 비해 20회나 증가한 것이다.
톱10 횟수 13회를 기록한 유해란은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고 최혜진 8회, 고진영 7회, 임진희 6회, 김세영과 안나린 5회 등 6명이 5회 이상을 기록했다. 작년 톱10 66회는 2022년 63회 보다도 많다.
물론 이 숫자는 대한민국 여자골퍼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에 비하면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년 전인 2014년 한국여자골퍼들은 LPGA 투어에서 17명의 선수가 94회 톱10을 합작했다. 그해 박인비가 자신의 개인 최다인 17회 톱10을 기록했고 유소현 15회, 최운정 10회, 최나연과 신지은 6회 등 여러 선수들이 고루 10위 이내 성적을 냈다.
한동안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가 100회를 넘겼을 때도 있었다. 2015년 102회, 2016년 101회, 그리고 2017년에는 103회 톱10 횟수를 기록했다.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이후에도 2018년 80회, 2019년 96회로 무난했던 톱10 횟수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확 꺾이기 시작했다. 2021년 75회, 2022년 63회로 줄어들더니 2023년 50회 밑으로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젊은 피의 수혈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반대로 국내 투어는 활성화하면서 LPGA 무대 진출 자체를 기피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작년 다시 회복된 톱10 횟수는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부활에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톱10 횟수 1위(14회)에 올랐던 윤이나가 ‘LPGA 신인’으로 합류해 힘을 보탠다.
LPGA 투어는 이번 주 30일(현지 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파72)에서 펼쳐지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시작된다. 챔피언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는 고진영을 비롯해 김효주, 양희영, 유해란, 김아림 등 5명이 출전한다.
비록 한국여자골퍼 3명만 출전했던 작년 대회에서는 한 명도 톱10에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는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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