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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복되는 반도체 성과급 전쟁, 이제는 미래 내다볼 때


“성과급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니 신기할 뿐입니다.”

최근 성과급을 두고 벌어진 SK하이닉스의 노사 갈등을 두고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4일 임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1000%의 초과이익분배금(PS)과 500% 특별성과급을 합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회사가 거둔 영업이익에 비하면 성과급 규모가 미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내에서 쟁의행위에 나선 데 더해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성과급을 올려달라는 내용의 편지까지 보냈다.

4년 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2021년 SK하이닉스 노조는 전년 영업이익 대비 PS 지급률이 낮다며 경영진에 문제 제기를 했다. PS 산정 기준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회사는 PS 기준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은 영업이익을 연동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연봉 30억 원을 반납했다.

이후 회사의 보상이 부족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때는 연봉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8조 원 가까운 적자를 낸 2023년에도 자사주 15주와 특별격려금 200만 원을 줬다. 다운턴 극복 과정에서 구성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는 취지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에 직원들이 쌓은 기술력이 큰 역할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끝없는 ‘성과급 전쟁’을 벌일 정도로 반도체 업계의 사정은 한가하지 않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은 범용 반도체 잠식을 기반 삼아 인공지능(AI) 시장까지 엿보고 있다. 중국의 생성형 AI 서비스 딥시크의 등장으로 HBM 호황의 전제조차 흔들리고 있다.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가속기인 H800을 썼다고 밝히면서 고부가 AI 가속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이 고사양 AI칩 주문을 줄이면 타격은 SK하이닉스로도 전이된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위상을 유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도체 연구개발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노사 갈등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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