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연구개발(R&D) 거점에 힘을 싣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이 보스턴 근교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제노스코에서 폐암 신약 ‘렉라자’를 도입해 국산 항암제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라는 성과를 낸 것처럼 유망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은 최근 메릴랜드주 락빌 소재 연구소(Daewoong America inc)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연구소는 대웅제약이 중국·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세운 해외 연구소다. 대웅제약의 ‘우루사’ 등 주요 제품의 R&D와 FDA 허가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가 2011~2014년 법인장으로 근무한 곳이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대웅이노베이션홀딩스(DIH)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경영을 효율화한다는 구상이다. DIH는 대웅제약이 2021년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한 조직이다. 대웅제약은 DIH를 통해 현지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신규 기술 도입과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
종근당(185750)도 지난해 5월 미국 보스턴 법인(CKD-USA Inc)을 세워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종근당은 의약품 개발 사업을 위해 8300만 원을 투자해 100% 자회사로 보스턴 법인을 설립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종근당의 R&D 역량과 현지 선진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종근당이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포치료제 전문가인 김호원 전 지씨셀(144510)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국법인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2023년 노바티스와 1조 73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새로운 유망 신약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가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에 진출하는 목적은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라이언스인)하기 위해서다. 통상 국내 바이오벤처가 신약 후보물질을 빅파마 등에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하기 위해 진출하는 것과 구별된다. 미국 보스턴 근교인 케임브리지 소재 제노스코에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도입했던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보스턴에 법인을 둔 LG화학(051910)이 미국 항암제 개발사 ‘아베오온콜로지’를 인수하고 동아에스티(170900)가 ‘뉴로보파마슈티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마찬가지 움직임이다. 보스턴 현지 관계자는 “전통 제약사가 미국에 투자할 경우 현지에 보낸 인력을 믿고 재량권과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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