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통합·포용’ 메시지를 제시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일극 체제에 따른 대선 패배론까지 제기하며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해 민주당 내 균열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1시간 30분가량 예방했다. 당초 이달 초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12·29 제주항공 참사 수습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정기적인 신년 인사 차원의 방문이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대화는 시작부터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금같이 극단적으로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하고 포용하는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이 대표는 “크게 공감한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이 대표의 방문은 당내 통합에 공감대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접어든 상황에서 계파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이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 예방을 통해 계파 갈등을 진화하는 동시에 대선 후보로서 외연 확장에 본격 나서겠다는 대외적 메시지로 중도층까지 흡수하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대해 총선 이후 숨죽이던 비명계 잠룡들도 설 연휴를 계기로 기지개를 켜며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간 줄어든 당내 정치적 입지를 재확보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셈법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설 당일인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비서실장도 최근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며 “당이 민심을 잃고 있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즉각 경계 태세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비명계 잠룡 인사들을 향해 “지금은 내란 국면을 만들어낸 윤석열 대통령을 엄정하게 심판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본인의 역할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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