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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더 많은 가속기=승리' 공식 깨졌다

[딥시크 쇼크 후폭풍]

◆ 빅테크 주도 기존 질서 재편

고성능 칩셋 못쓰자 최적화 승부

메모리 절반 쓰고도 속도 2배로

개발비 절감에 고성능AI 보편화

오픈소스 생태계 쟁탈전 불붙을듯

온디바이스 특화 메타·애플 주목





“인공지능(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를 이끄는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의 등장 순간을 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 비유했다. 우주항공 기술력에 대한 미국의 오만이 ‘스푸트니크 쇼크’에 무너졌듯 AI에 대한 미국의 자만이 구겨졌다는 의미에서다. 스푸트니크가 미국에 충격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아폴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듯이 딥시크가 미국의 AI 개발을 가속화해 AI 종주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챗GPT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29일(현지 시간) 미국 테크계는 ‘딥시크 해부’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딥시크는 550만 달러에 불과한 학습 비용으로 오픈AI 추론 모델인 o1에 버금가는 성능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학습을 위한 인프라 투자비는 별도다. 오픈AI 최신 모델인 o3에는 밀리지만 투자 대비 성능으로 보면 탁월하다. 딥시크 쇼크로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의 실효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딥시크의 높은 가성비가 AI 가속기 활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성공 모델인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자원 제약 속에서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극적으로 발휘한 사례로 꼽고 있다.

◇HW 제약 SW로 극복…한계가 창의성 키웠다=딥시크는 H100 등 고성능 엔비디아 칩셋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프로그래밍을 최적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성능을 희생하는 대신 코딩이 편한 엔비디아 쿠다(CUDA)에 의존하지 않고 하드웨어에 직접 접근하는 ‘어셈블리’ 단계로 파고들어 효율성을 10배가량 높였다는 평가다. 코드를 한 땀 한 땀 손으로 정교하게 짜는 방식으로 낭비를 줄인 셈이다. 또 16비트 부동소수점(FP16) 대신 8비트를 사용해 정밀도를 희생하는 대신 메모리 점유율은 절반으로, 계산 속도는 2배 높였다.



인프라의 가성비를 높인 뒤에는 학습을 자동화했다. 딥시크 추론 모델 R1은 사람 대신 AI 강화학습(RL)을 활용했다. 알파고가 스스로 싸우며 기력을 높여가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상대 AI는 오픈AI 추론 모델 o1으로 추정된다. 자신보다 뛰어난 AI가 내놓은 답변을 기반으로 학습하며 o1을 따라잡은 셈이다.

오픈AI가 먼저 선보였던 전문가혼합(MoE)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MoE는 AI를 각 분야로 나눠 훈련시킨 후 질문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를 불러온다. 기존 MoE는 특정 전문가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발생하지만 딥시크는 전문가 ‘선택률’을 유동화해 복잡한 작업에서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AI 인프라 시대에서 서비스 시대로=엔비디아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주도하던 AI 패러다임도 격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가 승리를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엔비디아 등 AI 인프라의 시대가 지나고 AI 서비스의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온다. 연봉 100만 달러 이상을 받아온 AI 인력 채용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딥시크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에 불과하다. 빅테크가 경쟁적으로 영입한 수천 명의 AI 관련 인력을 10분의 1도 안 되는 머릿수와 비용으로 따라잡은 셈이다.

개발비 절감은 고성능 AI의 보편화로 이어진다. 실제 딥시크는 지난해 V2 모델을 공개하면서도 기업 대상으로 저렴한 사용료를 받으며 토큰(AI 사용 단위) 비용 하락을 주도했다.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7일 “딥시크의 성공은 컴퓨팅이 극적으로 저렴해지면 시장이 확대된다는 중요한 역사의 교훈을 상기시켰다”며 “AI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라고 짚었다.

AI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 자극제로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딥시크가 기술 생태계를 파괴한 것은 AI 앱에 기회가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했다. 엔비디아와 MS·구글 주가가 힘을 잃은 반면 애플과 메타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렴하고 가벼운 고성능 AI가 널리 퍼지면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 도입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그간 AI 투자에 소극적이던 애플 주가는 아이폰 AI 강화 기대감에 고공 행진 중이다. 일찌감치 가상현실(VR)에 진입한 메타는 스마트글라스 등의 AI 도입 가속화가 예상된다.

딥시크가 설계도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취하면서 AI 생태계 선점의 중요성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메타는 시간외거래에서 2.29% 상승한 반면 MS는 4.63% 하락했다. 오픈AI와 함께 클로즈드(Closed) 소스 대표 주자인 MS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그간 ‘라마’로 오픈소스 전략을 취해왔던 메타가 주목받은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가 추구하는 오픈소스 AI에 대한 확신이 강화됐다”며 “오픈소스 표준을 미국이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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