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현대위아의 사업 수주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와 맞물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현대자동차·기아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으나 미국의 관세 장벽에 부딪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가 계획했던 멕시코 공장의 1.6ℓ 하이브리드차 엔진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위아는 현대차·기아가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차에 탑재할 엔진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진 수주가 거의 확정될 정도로 성사에 가까웠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위아는 북미 생산용 하이브리드차 엔진 공급으로 새 기회를 모색했다. 내연기관 엔진을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엔진 조립 사업의 전동화 전환이 주요 과제로 거론돼왔다. 이에 따라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리는 현대차·기아에 공급할 엔진(연간 20만 대분)을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하이브리드차에 사용하는 엔진을 전량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북미 판매 생산량이 증가하면 현대위아에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모델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현대위아 멕시코 공장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 엔진 수주는 안갯속에 빠졌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 전용 하이브리드차 엔진을 자체 생산해 조립하는 것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위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하이브리드차 엔진 대신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자체 생산한 엔진을 탑재하면 25%의 관세를 피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내연기관 엔진 공급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위아 멕시코 공장은 현대차·기아에 미국 수출용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면 현대위아의 멕시코산 엔진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멕시코산 엔진이 미국 무관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기아는 기존에 현대위아에 위탁했던 엔진 생산을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아가 올해 기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K4는 약 12만 대에 달한다.
기아 관계자는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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