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늘 중도 좌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상당한 우파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69·사진)는 자신의 자서전 ‘소스 코드(Source Code):나의 시작(My Beginnings)’ 출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개인 삶을 둘러보는 자서전을 썼다. 게이츠의 첫 자서전인 이 책은 3부작 중 첫 번째다.
게이츠는 그동안 직접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관여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지지 단체에 5000만 달러(약 727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게이츠는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지 않았다.
NYT는 “게이츠는 다른 테크 억만장자들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게이츠의 ‘우파 그룹 존재’ 발언은 그동안 실리콘밸리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 대선에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하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 그동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거물들 상당수도 사실상 트럼프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게이츠는 해리스 전 부통령을 지지했지만 미 대선 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트럼프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단둘이 3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며 “주로 에이즈(AIDS)와 소아마비 같은 전 세계적 보건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트럼프는 큰 관심을 보였다”며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찼고 자연스러웠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게이츠는 NYT 인터뷰에서 “억만장자 클럽이라는 것은 없다”며 “통일된 의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게이츠는 재산 1650억 달러(약 240조 원)로 전 세계 부호 순위에서 8위에 올라 있다.
그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관련해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 덕분에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그 정도는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이제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며 AI 악용을 우려했다.
게이츠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조금이라도 그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나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머니의 기대를 뛰어넘고 싶고, 어머니는 항상 기준을 높이는 데 꽤 능숙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앞서 더 타임스 오브 런던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내였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와의 이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며 “처음 만났던 1987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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