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올해 영업이익이 하반기 건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대폭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5개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의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평균 23조7053억 원, 5935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23조2261억 원, 영업이익 3144억 원보다 각각 2.06%, 88.9% 많은 수치다. 앞서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 공세,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이 특히 올 하반기 봉형강 수요 반등을 발판으로 전체 영업이익을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봉형강은 철근이나 H형강 등 건설업에 주로 쓰이는 철강 제품으로 현대제철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제철은 봉형강 국내 1위 업체다.
김원배 현대제철 봉형강사업본부장(부사장)은 올 1월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부동산 경기와 직결돼 있는 봉형강 시장이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아파트 중심으로 건설 착공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에서도 공공발주 사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기에 사회간접자본(SOC)과 공공주택 부문이 올해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발(發) 대형 프로젝트도 하반기 봉형강 수요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은 3세대 강판 개발 등 고부가가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용 제품 공급 능력을 향상 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 상태다. 현대차·기아가 아닌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비중을 현재 연 생산량의 17%에서 2030년 30% 이상으로 확대해 글로벌 3대 차량용 강판 기업이 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와 인도 푸네 지역에 신규 스틸서비스센터(SSC)를 건설하는 등 글로벌 투자도 지속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철소 신설 검토에도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만큼 현지 완성차 업체의 수요를 최대한 흡수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여러 주(州)정부와 접촉해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총 투자비용은 총 70억 달러(약 10조 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은 나아가 올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재무통’ 서강현 대표 체제 2년차에 진입하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재무 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제철의 부채 비율은 2023년보다 4%포인트가량 하락한 약 76.4%로 집계됐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6배 수준인 데다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대제철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중국 등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저가 판매 재제) 관세 부과 여부, 중장기적으로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가 현대제철 주가의 반등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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