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새해에도 지속되면서 상장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도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업공개(IPO) 실적 1위를 차지한 KB증권이 연타석 수요예측 흥행을 이끌면서 올초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분위기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증권이 상장 주관사를 맡은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아이에스티이는 지난달 31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 가격 범위 최상단인 1만 1400원에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2074곳이 참여해 114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확정 공모액은 148억 원, 시가총액은 1026억 원이다. 지난해 12월 공모를 추진하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자 상장을 한 달가량 연기한 점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아이에스티이는 오는 2~3일 일반 청약을 거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올 들어 KB증권이 IPO 흥행을 선사한 기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KB증권은 올해 삼양엔씨켐, LG CNS의 대표 주관사도 맡아 공모가를 모두 희망 가격 상단으로 이끌었다. 이는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 속에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가를 확정한 다른 IPO 기업들과도 구분되는 결과다. ‘연초 효과(기관의 자금 집행 재개)’가 KB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기업 등 일부에만 몰린 셈이다. 대표 주관사는 기업가치 산정, 증권신고서 작성, 기관 영업 등 상장 업무 전반을 주도하기에 그 역량이 IPO 성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KB증권이 올해 대표 주관사를 맡은 기업들의 확정 인수액은 총 2985억 원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로는 올해 ‘IPO 최대어’인 LG CNS의 대표 주관사를 홀로 맡은 덕에 연초부터 크게 앞서나가는 인수 실적을 쌓을 수 있었다. KB증권은 지난해에도 서울경제신문 리그테이블 기준으로 6812억 원의 IPO 인수액을 기록해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KB증권은 1조 원 이상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반기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대한조선, 미코세라믹스의 대표 주관사도 맡고 있다.
KB증권이 연초부터 독주하자 다른 증권사들도 3월부터 대형 IPO 상장 주관에 나서며 추격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 삼성증권(016360)과 미래에셋증권(006800)이 대표 주관사를 맡은 서울보증보험은 오는 20일부터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들은 시장에서 5조 원 이상의 몸값을 내다보는 DN솔루션즈의 주관사이기도 하다. 상장 후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노리는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과 함께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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