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부처 공무원 정원을 기존보다 400명 이상 늘린다. 대통령 탄핵 국면 등으로 행정부의 국정 과제 동력이 상실된 가운데 공무원 인력을 크게 확충하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무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대조되는 양상인데 과다한 행정 인력이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달 말 관보에 게재된 총 47건의 직제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행정안전부는 47개 정부 부서의 공무원 466명을 증원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직렬에서 25명을 감원하는 점을 고려해도 441명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교육부 등 19개 주요 정부 부처에서 증가한 공무원만 집계해도 186명에 달한다.
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중앙 부처는 해양수산부다. 어업관리단의 신규 선박 관리 인력 명목 등으로 5급 4명, 6급 18명, 7급 20명 등 총 75명을 충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인천공항 확대에 따라 검역 인력 증원 등을 이유로 정원을 31명 늘리기로 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행사 관리’ ‘정책 홍보 강화’ 등 특별히 조직이 신설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정원을 늘렸다. 직급별로 보면 중앙 부처에서만 5급 31명, 6급 58명, 7급 50명이 증원됐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인력 확대가 정부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번 인원을 늘리면 다시 축소하기 어려워지는 등 운영의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인건비와 공무원연금 지출이 확대돼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공무원 수가 너무 빠르게 늘어 이번 정부에서 작은 정부를 내세웠던 것”이라며 “최대한 기존 정원 내에서 충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연방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 백악관 인사관리처(OPM)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에게 퇴직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대폭 허용해왔던 재택근무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연방정부 자산을 관리하는 연방총무청(GSA)은 최근 세 건의 임대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민간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민 안전 등의 목적으로 공무원 증원 에 대한 필요성은 상시 존재한다”며 “미국이 이 같은 이유에서 연방 공무원을 늘렸다가 비효율성이 확대되자 축소 방침으로 돌아섰는데 우리 정부도 공무원 인원 증원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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