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의 공세에 맞닥뜨린 오픈AI가 추론 모델 o3 미니를 출시한 데 이어 심층 검색 모델 ‘딥리서치’를 내놓았다. 딥시크 최신 추론 모델 R1에 비해 3배 가까운 정확성을 드러내며 기술 격차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프랑스 등을 찾으며 대(對)중국 AI 포위망을 좁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현지 시간) 오픈AI는 일본 도쿄에서 생중계 발표를 통해 딥리서치 모델을 깜짝 공개했다. 오픈AI o3 추론 모델에 인터넷 검색 기능을 더해 심층 조사로 ‘전문가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 모델이다. 질문과 동시에 답변이 생성되는 기존 모델과 달리 5~30분가량의 인터넷 검색과 추론으로 보다 깊이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 오픈AI는 “챗GPT가 수백 개의 온라인 소스를 찾고 분석, 종합해 연구자 수준의 포괄적인 보고서를 만든다”며 “사람이 수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 작업을 수십 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 딥리서치는 현시점에 가장 어려운 AI 성능평가(벤치마크)로 불리는 ‘인류 최후의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 26.6%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GPT-4o가 3.3%, 추론 모델인 오픈AI o1과 딥시크 R1이 각각 9.1%와 9.4%, 오픈AI의 최신 추론 모델 o3가 13.0%를 기록하는 데 그쳤음에 미뤄볼 때 압도적인 정확도다.
올트먼 CEO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언급한 AI 전용 기기와 칩셋 개발 소식을 재확인하며 하드웨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AI는 컴퓨터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단말기가 필요하다”며 “음성(조작)이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반도체 개발에 대해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데이터센터에 자사 설계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오픈AI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진 배경에는 중국 딥시크의 등장이 있다.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자 기술 우위를 강조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발표가 일본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올트먼 CEO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을 만났다. 올트먼 CEO는 소프트뱅크그룹과 합작사를 만들어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 판매하기로 했다. 합작사 이름은 ‘SB 오픈AI 재팬’이며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새로운 중간지주사와 오픈AI가 50%씩 출자한다.
올트먼 CEO는 다음 주까지 인도, 독일,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글로벌 AI 협업을 논의할 계획이다. 테크계의 한 관계자는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후발 주자들의 추격에 시달리는 오픈AI가 미국 정부는 물론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지정학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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