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40분간 전격 회동하고 양 사 간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만난 후 7개월 만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SK텔레콤(017670)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체 AI 칩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양 사가 AI 사업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접점이 많아 구체적 협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오픈AI가 한국에서 처음 개최한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 행사를 마친 직후 최 회장을 만났다. 분 단위로 쪼개지는 1박 2일의 바쁜 방한 일정 속에서 최 회장과 전격 회동에 나선 것이다. 회동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 등 수뇌부가 동석했다. SK그룹 내에서 AI 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 수장들이 모두 함께한 만큼 심도 있는 협력 방안이 오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은 이미 올트먼 CEO와 두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올트먼 CEO가 지난해 1월 방한했을 당시 최 회장을 찾았고 최 회장은 같은 해 6월 미국 출장 당시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방문해 면담한 바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최 회장과 만난 뒤 ‘미팅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더풀(굉장했다)”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최 회장에 대해서는 “나이스 가이(좋은 사람)”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 간에 오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SK그룹 관계자는 “AI 반도체 및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오픈AI와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트먼 CEO는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제휴를 통해 스마트폰을 대신하는 AI 전용 단말기와 독자 반도체 개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AI는 이미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함께 자체 AI 칩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에 브로드컴이 설계를 맡은 AI 칩에 SK하이닉스의 HBM을 공급하는 방안이 협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고객 수요가 의미 있게 증가하고 고객 기반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추격이 가시화된 만큼 오픈AI의 자체 칩 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 사 간 AI 데이터센터 관련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를 발표하고 투자 유치에 착수했다. 스타게이트는 자금 조달 규모만 최대 400억 달러(약 53조 원)에 달한다. SK그룹은 스타게이트 투자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가는 기술협력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개발·운영 노하우는 물론 최근 SK E&S를 흡수합병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에너지솔루션 사업이 적용 가능하다. 최 회장은 앞서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한국에 대해 “반도체·에너지 등 AI와 관련된 강력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에너지 산업을 콕 짚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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