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지갑이 꽉 닫혔다. 지난해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가 카드 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2.2% 줄었다.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는 2022년(-0.3%), 2023년(-1.5%)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통계청이 소비항목을 조사한 이래 가장 길다.
특히 의복이나 신발 같은 준내구재 부문이 3.7% 줄면서 감소세를 이끌었다. 준내구재는 통상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어려울 때 쉽게 줄어드는 품목이다. 당장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지출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승용차, 가전제품 등이 포함된 내구재 부문도 3.1% 줄었고, 비내구재는 1.4% 감소를 기록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월 단위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2월(0.8%)을 제외하면 모든 달에서 하락세다. 6월에 -3.6%를 기록한 이후 10월 -0.8%까지 차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악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소매판매 부진이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여파라고 분석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3년은 이자율이 높았고 임금은 늘지 않았던 시기”라면서 “가처분소득이 떨어지니까 물건 사는 것에 긍정적 영향은 안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잠재우기 위해 고금리를 오래 유지했는데, 실질임금까지 2년 연속 뒷걸음치면서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