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암세포를 죽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방식을 대체해 재발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항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정상 세포에서 암세포로 변화하는 순간의 ‘임계전이’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분석해 암세포를 다시 정상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분자 스위치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지난달 22일 게재됐다.
정상 세포는 다양한 유전자와 외부 영향을 받아 암세포로 전환된다. 임계전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물이 100도에서 갑자기 수증기가 되듯 특정 시점에 급격하게 이뤄진다. 연구팀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기 직전 두 종류의 세포가 공존하는 불안정한 임계전이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시스템생물학 방법을 통해 암세포로 완전히 바뀌기 전에 다시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암 가역화 분자 스위치’를 발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대장암세포에 적용해 정상 세포의 특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분자 세포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연구 성과가 차세대 항암 치료인 암 가역 치료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암 가역 치료는 연구팀이 개발한 암 가역화 분자 스위치 등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대신 암의 나쁜 성질을 억제해 정상 세포로 복원하는 기술이다. 현재 항암 치료는 약물과 방사선 등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한계가 있다. 또 암세포가 사라지고 생긴 빈 공간을 다른 암세포가 다시 채우면서 암이 재발될 위험도 있다. 재발된 암이 내성을 갖고 증식 속도도 더 빨라질 우려까지 있었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채워 재발 위험까지 감소하게 된 것이다.
조 교수는 “그동안 수수께끼로 여겨졌던 암 발생 과정 이면의 세포 내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유전자 네트워크 차원에서 상세히 밝혀냈다”며 “암세포의 운명을 다시 정상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바로 이러한 변화의 순간에 숨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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