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298040)이 미국 멤피스 공장 증설을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2차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와 인공지능(AI)발 변압기 수요가 맞물린 가운데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초호황을 맞은 북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멤피스 공장은 효성중공업의 유일한 북미 생산 거점이다. 투자 규모와 일정 등 세부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과 미국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0%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증설 작업이 진행 중으로 창원 공장의 경우 2010년 이후 14년 만, 미국 멤피스는 2020년 인수한 후 첫 대규모 증설이다. 창원 공장은 상반기 안에 증설 작업을 마친 뒤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멤피스 공장의 신규 설비는 내년 중 가동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이 멤피스 공장 증설 와중에 추가 설비 확장을 검토하는 것은 북미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AI발 전력기기 수요 급증이 더해지며 찾아온 ‘슈퍼사이클’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4~5년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다. 효성중공업의 수주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7조 3000억 원으로 2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달 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울산에서는 사업장 내 기존 부지를 활용해 생산 공장을 새로 짓고 미국 앨라배마에 제2공장을 건설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압기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4~5년이 걸릴 정도로 미국에서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고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물량부터 수주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은 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건설 부문의 부진에도 전력기기 수익성이 크게 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조 8950억 원, 영업이익은 3625억 원으로 집계돼 영업익이 40%가량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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