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한 가운데 국내 금 거래 대금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더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 경기 둔화 우려 등에 금 수요가 몰리면서 증권가에서는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현물 가격(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날 대비 4.58%(6470원) 오른 14만 782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금 거래 대금은 1088억 3600만 원으로 2014년 3월 금시장이 개설된 이래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금 한 돈(3.75g) 가격은 55만 4325원으로 60만 원에 육박한다. 실제 한 돈짜리 돌 반지의 가격은 세공비 등을 포함하면 60만 원을 넘어섰다.
4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4월 인도분) 가격 역시 온스(31.1g)당 2875.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대표적 금 투자 상품인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이달 3일 하루에만 101억 원의 개인 순매수가 몰렸다. 해당 상품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유일한 ETF로 환 노출형 상품의 특성상 달러 상승 수익까지 노릴 수 있어 올해 들어서만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금값 급등의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트럼프 집권 2기 관세정책이 꼽힌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늘면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실물 자산인 금에 수요가 몰린다. 아울러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계속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의 금리 인하 사이클, 글로벌 ETF의 금 보유 확대도 금값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금값 목표 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로 제시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안전자산인 금 가격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부담스러운 가격이 상승 폭 일부를 제한하겠지만 방향 자체를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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