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사회 전반에 채택하는 환경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 최상위권의 잠재력을 갖췄다는 글로벌 조사 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과거 전국 단위의 인터넷망 활성화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했던 것처럼 AI 도입 의지 및 활용 역량을 강화해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새로운 국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5일 영국 옥스퍼드인사이츠에 따르면 이 기관의 ‘정부AI준비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평균 79.98점으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옥스퍼드인사이츠의 정부AI준비지수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인덱스’, 영국 토터스미디어의 ‘글로벌AI지수’와 함께 글로벌 AI 역량을 평가하는 세계 3대 지수로 꼽힌다.
한국은 정부 부문에서 84.59점(3위), 기술 부문에서 62.60점(4위), 데이터·인프라 부문에서 92.74점(2위) 등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87.03점)과 싱가포르(84.25점) 등 2곳뿐이다. 중국은 기술(62.95점) 부문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정부(72.90점) 부문에서 열세를 보이면서 평균 72.01점으로 23위에 그쳤다.
이 지수는 각국 정부가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 평가한다. 순위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정부가 AI 기술의 활용과 혁신에 있어 더 나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19년 26위였지만 2023년 7위 등 지속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옥스퍼드인사이츠는 “싱가포르와 한국이 이끄는 동아시아는 AI 준비성에서 핵심적인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한국이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전국에 보급하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도약했던 사례와 유사한 성공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 주도력과 탄탄한 인프라, 국민들의 빠른 기술 수용성으로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의) AI 채택률을 보면 놀라운 수준”이라며 “우리에게도 정말 좋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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