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5조 원대 순이익을 거두면서 새 지평을 열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K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 규모 대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이 성장의 덫에 빠져 있는 만큼 규제를 손질하고 업권 내 경쟁을 강화해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은 대형 은행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GSIB)’ 40개(2026년 적용) 중에 한국 은행은 한 곳도 없다.
GSIB는 부실화할 경우 전 세계 금융 안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은행이다. 규모와 국제 거래 등을 고려한 가장 중요한 은행은 미국의 JP모건이다. 2위가 영국의 HSBC, 3위가 미국의 씨티그룹이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 9개 △미국 8개 △프랑스·일본·캐나다 4개 △영국 3개 등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2개씩 포함돼 있다. 주요 7개국(G7)은 빠짐없이 글로벌 ‘코어은행’을 1곳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한국(12위)보다 낮은 스페인(15위)과 네덜란드(18위)에도 GSIB가 존재한다.
반면 한국은 국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KB(5조 782억 원)와 하나(3조 7388억 원)에 발표를 앞둔 신한(4조 7800억 원), 우리(3조 1200억 원)를 더하면 지난해에만 16조 7000억 원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관치의 그늘 아래에서 몸집만 키웠지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나 금융 산업화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빅5 은행’이 독과점을 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규제를 풀고 새 플레이어들이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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