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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혁신 기술주 투자의 함정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심장마비로 쓰러진 한 중년 여성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죽음의 문턱을 넘기 직전 신을 만난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이제 끝인가요? 저는 죽게 되는 건가요?”

신은 그녀가 죽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30년은 더 살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다. 스텐트 삽입술로 막힌 혈관이 뚫리며 건강을 되찾았다.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앞으로는 인생을 누리며 살아야겠다.”

그녀는 병원에 온 김에 전신 성형수술을 받았다. 달라진 모습에 기분도 좋았다.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는 불행하게도 급히 달려오는 앰뷸런스에 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만다. 천국의 문 앞에서 다시 한번 신을 만난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30년 더 남았다고 하셨잖아요?” 신이 대답했다. “부인, 미안하군요, 당신인 줄 몰랐어요”



미국 프린스턴대의 전설적인 경제학자인 버턴 말킬이 ‘랜덤 워크 투자 수업’에서 언급한 이 이야기는 주식 시장 예측의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일어난 대혼란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준다. 적지 않은 연금 투자자들이 관련 개별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을 통해 AI 산업에 투자하고 있던 터여서 고민이 적지 않다.

사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AI 산업의 미래는 선도적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미국의 독무대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의 신생기업 ‘딥시크(DeepSeek)’가 초저가 AI를 내놓자 전 세계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AI 개발은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 고급 기술인재들이 갖춰져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딥시크는 이러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어 버렸다. 대규모 투자 기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기업들의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여러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뭐라 단정 지을 순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투자자 입장에서 이러한 첨단 기술주들은 매력적이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위험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버턴 말킬은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경고를 뒷받침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1850년대 철도 기술의 발전은 통신과 상업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높여줬지만 주가를 뒷받침해주진 못했다. 당시 철도 산업 관련 기업의 주가는 엄청난 투기로 성장했다가 1857년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2000년대 인터넷 버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이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손실을 입어야 했다. 버턴 말킬은 투자 성과는 특정 산업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혹은 얼마나 많이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하게 이익을 낼 것인가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은퇴까지 15년 이상 남은 젊은 연금 가입자들이 분산 투자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AI나 바이오 등의 혁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초과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일처럼 혁신 기술 산업은 변화가 극심한 만큼 특정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보다는 산업 전체에 투자하는 ETF나 펀드를 활용해 장기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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