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지난해 대규모 ‘국장 탈출’을 감행하며 국내 주식 거래량이 13% 줄고 해외 주식 거래규모는 39.1%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 한투, 삼성, 키움, NH, KB, 신한, 토스, 카카오페이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증권사의 국내주식 거래규모(개인 투자자가 매수·매도한 주식 합)는 6352억5400만 주로 전년(7303억7900만 주)보다 약 13%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등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1조2283억4200만주)과 비교해 48.3%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해외주식 거래규모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주 규모로 89.6% 뛰었고, 작년에도 1564억1900만주로 39.1% 증가했다.
국내 증시 성과가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서 등을 돌린 탓이다. 두산그룹 구조개편,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등 소액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거버넌스 이슈가 이어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코스피는 한 해 동안 9.43%, 코스닥지수는 23.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58%, 나스닥지수는 33.37%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0.37% 올랐고 중국상해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도 각각 14.26%, 17.82% 상승했다.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수수료는 대폭 늘었다. 9개 증권사의 작년 환전 수수료 수익은 2696억5900만 원으로, 전년(1294억1600만 원)보다 약 2배로 급증했다. 작년 1~3분기 해외주식 수탁수수료 수익은 8109억 원으로 전년 전체(6061억 원) 대비 33.8%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8175억 원으로 전년 전체(2조3853억 원)의 76.2% 수준이었다.
김현정 의원은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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