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중국 공장을 글로벌 수출 기지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중국 사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충칭 공장을 30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발을 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시장의 예상과 반대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국 공장의 수출량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재도약 발판을 다지고 있다.
현대차 중국 공장의 변신은 ‘드라마틱(Dramatic)’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만 해도 중국 공장의 수출 판매가 ‘제로(0)’였다. 생산된 완성차 물량을 해외 판매 없이 전부 내수용으로 소화한 것이다. 당시 미국과 체코·인도 등 현대차의 해외 생산 거점 10곳 중 수출을 하지 않는 곳은 중국 공장이 유일했다. 2023년부터는 미니밴인 쿠스토를 해외로 수출했지만 445대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상황이 반전됐다. 수출 물량을 단 번에 100배 늘린 4만 4638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물량만 놓고 보면 중국 공장은 체코(32만 6660대), 튀르키예(20만 4000대), 인도(15만 8686대), 인도네시아(6만 2443대)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미국(2만 2600대), 브라질(1만 3806대) 등에 앞서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에는 수출량이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10만 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중국 공장이 수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중국의 내수 부진이 있다.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으로 세운 베이징현대는 2001년 중국에 진출한 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100만 대 넘게 판매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BYD 등 현지 브랜드가 저렴한 전기차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면서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현대차는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내수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중국 공장을 기존 5개에서 2개로 줄이며 사업 전략을 다시 짰다. 일부 공장의 처분으로 고정 비용과 손실을 줄이고 남은 공장을 활용해 신흥 시장의 판로를 넓혀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공장의 수출 지역은 주로 중동(사우디아라비아)과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아시아태평양(대만·베트남·필리핀) 등이다. 기존에는 쿠스토 1개 차종에 한해 해외 판매로 활용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아반떼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인기 모델까지 포함해 현지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기아 중국 공장은 지난해 해외 수출로 17만 317대를 판매했다. 전체(24만 8202대)의 68.6% 비중에 달한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페가스와 쏘넷·셀토스·스포티지 등 차량은 중남미(칠레·페루)와 중동(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태평양(베트남·필리핀) 지역 등으로 옮겨져 판매된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중국 공장이 수출에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동차를 조립하고 이동하는 데 필요한 생산 및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진데다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자동차 수출 관세(0%)를 없앴다. 나아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구상이 확장될수록 수출길도 넓어진다.
현대차는 수출 확대를 발판으로 줄어들었던 중국 내수 판매도 다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내수 판매량은 각각 12만 5127대, 7만 7885대로 전년보다 48.3%, 2.8%씩 감소했다. 현대차가 올해 설정한 내수 판매 목표 40만 대를 달성하려면 전년보다 세 배 넘는 판매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연내 출시 예정인 현대차 전용 전기차가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견인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이 빠른 중국 시장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현대차는 앞으로 하이브리드차(2026년)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2027년) 등으로 출시 차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차량 개발을 위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는 베이징현대에 8000억 원씩 총 1조 6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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