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가 전담 조직개편을 통해 인공지능(AI) 서비스 고객 유치전에 돌입했다.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사업 부진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불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둘러 AI 신사업을 키워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게 3사의 공통된 구상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직속 고객경험(CX)센터 산하에 ‘AI경험디자인팀’을 신설했다. AI 에이전트(비서) ‘익시오’를 포함해 회사의 AI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CX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CX는 고객센터 운영을 통한 고객응대와 고객 니즈 분석을 통한 서비스 품질 개선을 담당하는 업무다. 그동안 이통사의 CX는 주로 스마트폰·인터넷 등 무·유선 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 들어 AI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서비스 고객도 집중 관리가 필요해진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CX는 통화가 잘 안 된다는 식의 통신 가입자 불만 대응 위주였지만 이제 이통사들도 익시오 같은 기업소비자거래(B2C)용 AI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용자 창구가 별도로 필요해졌다”며 “정보기술(IT) 업계의 AI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성능 고도화를 위해서도 CX 조직개편이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익시오와 함께 인터넷(IP)TV 가입자용 ‘AI 미디어 에이전트’ 등을 잇달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익시오의 유료 버전 출시를 준비하며 AI 사업으로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SK텔레콤은 지난 해 연말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CX 조직인 ‘고객가치혁신실’을 CEO 직속으로 편제해 역할을 강화했다. AI 전담팀은 없지만 2022년 국내 이통사 최초로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출시한 후 2년여 간 관련 CX 업무를 내재화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SK텔레콤도 새해 들어 기업간거래(B2B)용 ‘에이닷 비즈’는 물론 북미 버전 ‘에스터’까지 다음달 출시하며 기업, 해외 이용자로 AI 고객층 확장에 나섰다. KT는 아예 ‘고객경험혁신본부’라는 CX 조직 전체를 ‘AX혁신지원본부’로 개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I 전환(AX) 솔루션 중심의 B2B 시장을 노리는 만큼 고객사 확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이 CX까지 개편하며 AI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신사업을 통해 기존 통신사업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통신사업은 5세대 이동통신(5G) 신규 가입이 줄고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에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3사 중 가장 먼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8% 증가한 14조 6252억 원, 영업이익은 13.5% 감소한 86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12일과 13일 각각 실적을 발표하는 SK텔레콤과 KT도 일회성 비용 증가 등에 지난해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3사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3조 4844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T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를 제외해도 지난해 수준의 영업이익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I 응용 서비스의 범용성을 확대하고 각 고객별 사업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략으로 기업 인프라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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