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캐피탈(대표이사 권태길·사진)이 여신전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신용등급을 받지 않고 해외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217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메리츠의 자금 조달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고환율 상황 속에서 대외 신인도 우려를 불식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캐피탈은 대만계 시노팩은행과 타이신은행, 홍콩계 대주단으로부터 최대 1억 5000만 달러의 신디케이트론 도입 약정을 맺었다고 6일 밝혔다. 신디케이트론은 복수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메리츠캐피탈은 약정 체결일부터 3개월 이내 1억 달러를 차입할 예정이며 6개월 내 5000만 달러를 추가로 들여올 수 있다. 차입 기간은 최초 이용일부터 3년이며 금리는 연 4.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신디케이트론에 나선 시노팩은행은 1992년에 설립된 대만 은행으로 대만 내 7위 은행이다. 자산은 769억 달러 수준이다. 타이신은행 역시 대만의 8위급 은행으로 자산이 808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해외 신용등급 없이 순수 국내 신용등급(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A+)만으로 성사된 해외 자금 조달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조달금리 역시 국내 발행금리 수준으로 이뤄졌다. 메리츠캐피탈의 관계자는 “해외 신용등급이나 그룹사의 보증 없이 단독으로 해외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계 최초 사례”라며 “메리츠금융그룹 및 메리츠캐피탈의 안정성과 국가 신인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지 않고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글로벌 신용평가를 받는 수수료를 아끼고 국내 금융사들이 신평사들의 입김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공시하는 영업보고서와 회계제도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주요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을 하는 상황에서 1억 달러를 웃도는 자금을 성공적으로 차입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메리츠캐피탈은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추가로 해외 신용등급 없이 외화 조달을 해나갈 방침이다. 이번 건은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했으며 배준수 메리츠캐피탈 부사장이 자금 조달 전후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공시하는 재무제표와 한국의 회계제도를 해외에서 신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장기화에도 한국과 한국 경제가 헌법에 따라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