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지난해 정유 부문의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조선·전력기기 초호황에 힘입어 출범 이후 최대 매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세계 1위 조선 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빅사이클’에 따른 대규모 수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1년 만에 5배 넘게 늘었다.
HD현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67조 765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영업이익 역시 2조 9832억 원으로 작년보다 46.8% 급증했다.
회사의 핵심 사업인 조선·해양 부문을 담당하는 HD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대비 19.9% 증가한 25조 5386억 원의 매출을 보였다. 영업이익 또한 400% 이상 늘어난 1조 4341억 원을 거뒀다. 2022년 이후 선별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중 LNG운반선 비중이 큰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0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배나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나선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 MRO 사업 첫 입찰은 2월 중 진행되며 올해는 2~3건 정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4~5도크 슬롯도 이미 배정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HD현대에서 전력기기 부문을 맡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매출 3조 3223억 원, 영업이익 6690억 원을 거두며 호조세가 계속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변압기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회사는 울산 사업장 내 기존 부지를 활용한 생산공장 신축 및 미국 앨라배마 법인 내 제2공장 건립 등을 통해 765㎸급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해 실적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HD현대의 다른 사업들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불황으로 지난해 25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6166억 원) 대비 6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회사는 올해 원유 다양화,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대외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미국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는 국내 정유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 공급되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늘며 국내 정유사를 찾는 경우 역시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기계 부문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1%, 40.3% 감소한 7조 7731억 원과 4324억 원을 기록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판로 다각화를 통한 잠재 수요 확보, 차세대 신모델 출시 등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전 사업 영역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며 “조선 및 전력기기 부문의 양호한 실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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