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직후 최고가로 치솟았던 밈코인 오피셜트럼프의 인기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커지는 탈중앙화거래소(DEX)의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잡한 상장 절차 없이 즉시 거래가 가능한 DEX가 가상자산 거래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7일 가상자산 데이터 기업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오피셜트럼프가 발행된 지난달 18일 DEX의 거래량은 485억 달러(약 70조 9652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하루 전 거래량(280억 달러) 대비 약 73% 급증한 수치다. 오피셜트럼프는 다음 날인 같은 달 19일 최고가로 뛰어올랐고 DEX 거래량도 461억 달러를 유지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폭발적인 거래량이 발생한 것은 중앙화거래소(CEX)와 다른 DEX만의 특징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DEX가 밈코인과 같은 신규 가상자산 거래에서 강점을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CEX는 법적 리스크 검토와 자체 심사 절차로 인해 상장이 지연되는 반면 DEX는 별도 절차 없이 즉시 거래가 가능해 초기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CEX에 해당하는 국내 코인원과 빗썸이 각각 지난달 20일과 21일에 오피셜트럼프를 상장했으나 가격이 금세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DEX의 특징이 그대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EX는 업비트나 빗썸처럼 중앙화된 거래소와는 다르게 운영자가 없다. 블록체인상 스마트 계약(콘트랙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다. CEX가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것과 달리 DEX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직접 거래에 참여한다. 대표적으로 유니스왑·레이디움·팬케이크스왑·오르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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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X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에 따르면 현물 거래 기준 DEX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에서 올해 11%까지 증가했다. 선물 거래 시장에서도 DEX는 같은 기간 10%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DEX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DEX는 거래소가 자산을 보관하지 않는 만큼 이용자가 직접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해킹이나 피싱 등의 보안 위험에도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또한 CEX와 달리 거래가 취소되거나 되돌릴 수 없어 잘못된 거래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특히 신규 발행 가상자산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프로젝트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아 투자 위험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DEX를 ‘거래소’ 정의에 포함시키는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SEC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DEX의 고유한 운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근본적으로 결함 있는 규제”라며 “이는 미국 내 DEX 서비스를 전면 중단시키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아직 DEX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인 포필러스는 “블록체인 기반 거래 환경이 CEX에 비해 갖는 근본적인 장점은 사용자 경험의 폭과 깊이에 있다”며 “생태계가 성숙함에 따라 DEX는 단순 투자를 넘어 게이밍·결제 등 일상 생활으로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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