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상고하며 '뉴삼성'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이 회장은 10년 가까이 이어온 사법리스크 족쇄를 다시 안게 됐다. 재계에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기소로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검 형사상고심의위원회는 7일 회의를 열고 '상고 제기' 심의 의견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법리판단 등에 관하여 검찰과의 견해차가 있고, 1심과 2심 간에도 주요 쟁점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에선 상고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재계에선 검찰이 기계적인 상고를 한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1·2심에서 19개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해 사실 관계는 더 다툴 여지가 없고, 대법원 상고심은 법리적 문제를 따지는 법률심이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은데 무리한 기소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거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심 선고 관련 사과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검찰의 이날 상고로 이 회장은 10년간 이어온 사법리스크 족쇄를 다시 안게 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565일간의 수감 생활을 했다. 2020년부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세조종 혐의로 100차례가 넘도록 법정에 섰다. 1심부터 항소심 무죄 선고가 나오기까지도 4년 5개월이 걸렸다. 이번 상고심으로 인해 이 회장은 최소 1~2년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외 출장 등 경영 활동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
대형 인수합병 재개에 대한 전망도 다시 어두워졌다. 삼성은 2017년 하만 인수를 제외하고 빅딜 수준의 대형 M&A를 성사하지 못했다.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 최근 삼성전자가 오픈AI·소프트뱅크와 논의를 시작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AI 개발에 쏟아부으며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삼성은 사법리스크에 묶여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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