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명 등 미래 산업을 논할때 결코 한국은 빠지지 않는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 혁신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선도 기업이기 때문이다.
1974년 삼성전자는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사들여 반도체 사업의 닻을 올렸다.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 회장은 9년 뒤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의 인구, 국민총생산(GNP), 내수 여건은 반도체 사업을 하기에 턱없이 역량이 부족했다. ★관련 시리즈 4·5면
44만 6000시간, 51년이 흐른 현재 삼성·SK 쌍두마차가 이끄는 한국 반도체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경제신문이 9일 입수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의 지난해 12월 ‘세계 팹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8인치 웨이퍼 환산 기준 월 421만 장, SK하이닉스는 196만 장에 달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중 독보적인 1·3위다. 양사를 합치면 전 세계 칩 생산의 17%를 차지하고 삼성은 2위인 대만 TSMC보다 70만 장이나 많은 생산 능력을 갖춘다.
한국 반도체는 엔지니어들 특유의 열정과 근면, 정교함이 더해져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반도체맨들은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공장을 묵묵히 지키며 잔혹한 메모리 치킨게임과 일본 수출 규제 등 숱한 위기를 뚫고 성장했다. 최근 삼성의 기술력이 주춤하지만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도해 반도체의 ‘코리아 미러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 회사는 때로 경쟁하고 때로는 힘을 합쳐 세계 최고 기업에 올랐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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