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 한국의 주요 철강·조선·섬유·기계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경상권 지역에서 제조업 인력이 25만 명 넘게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정보기술(IT)과 연구개발(R&D) 분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저출생·고령화로 국내 주력 산업의 노동력 수급에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인력 확보와 대학 교육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지역별·산업별 인력 수급 및 공급 전망과 분석’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 지역의 제조업 인력은 25만 4014명 모자랄 것으로 추산됐다. 각 지역의 노동 수요 추정치에서 노동 공급 예상치를 뺀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경남에서 제조업 인력이 10만 9306명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6만 6951명), 경북(-6만 3702명), 대구(-4만 682명)도 제조업 인력이 기업의 구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나마 부산만 제조업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를 2만 6677명 앞지를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권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예컨대 울산은 조선업, 경북은 철강·섬유와 같은 산업이 발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통 제조업 쇠퇴와 청년층의 수도권 선호 현상,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경상권 지역의 제조업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구진은 “제조업은 울산·경남·경북·대구 등 동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정도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 지역 제조업 근로자에 대한 계속고용 노력을 확대하고 체류 기간 연장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출생의 여파로 수도권의 IT·R&D 노동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연구진은 2032년 서울의 IT 인력 공급이 26만 9116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도에서도 IT 분야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보다 7만 9313명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R&D나 법률·회계 서비스를 포괄하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의 경우 서울·경기를 합쳐 약 21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로 서울과 경기에서 IT업 및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며 “첨단 부문 인력 확충을 위한 교육·훈련 변화가 필요하며 대학 교육이 노동시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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