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불안정성에 미국발(發) ‘관세 전쟁’까지 겹치면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그간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발표한 ‘KDI 경제 동향(2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개선됐지만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全) 산업 생산(-0.3%→1.4%)은 반도체(11.7%→13.9%)의 높은 증가세와 자동차의 반등(-6.7%→2.1%)에도 건설업(-12.5%→-8.3%) 부진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고율은 전월(113.6%)보다 하락한 101.2%, 평균가동률은 전월(71.6%)보다 상승한 73.5%를 기록하면서 제조업 관련 지표는 개선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88.2)에 이어 기준치(100)를 크게 하회하는 91.2에 그친 데다 건설기성 역시 지난해 11월(-12.5%)과 12월(-8.3%) 감소세가 지속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도 예전만 못하다. KDI는 “ICT 품목의 수출 호조세에도 나머지 품목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ICT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2.8%, 12월 -5.1%, 올해 1월 -1.7%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경계했다. KDI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하는 등 현실화한 관세 위협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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