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기반의 중국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가 글로벌 AI 산업에 충격을 던지면서 AI 분야의 큰 축을 차지하는 자율주행 기술에도 오픈소스 도입이 활발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업계에서는 보안과 안전성 문제로 외부와의 협업하는 오픈소스 방식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이 담긴 딥시크와 같은 게임체인저가 나타날 경우 업계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는 딥시크의 RI 추론 모델을 자사가 개발한 신루이 AI 모델에 탑재하고 있다. 운전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앞서 중국에선 바이두가 오픈소스 기반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아폴로를 개발해 로보택시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이항구 아인스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 정부가 계획적으로 딥시크를 밀어주면서 여러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딥시크를 접목하고 있다”면서 “전기차를 주력 산업으로 키운 중국이 오픈소스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에도 전략적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어 다른 국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오픈소스 방식의 자율주행 개발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전 세계 100곳 가량의 기업·기관이 참여한 오토웨어재단이 국제적인 오픈소스 자율주행 개발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정작 완성차 업체들이 특허 노출 등의 이유로 가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개발 과정에서 외부 협업에 부정적인 것은 물론 협력사도 따로 두지 않는다”면서 “부품 생태계를 수직계열화하는 완성차 업계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와 기술을 공유하는 오픈소스 방식에 대해 열려있는 태도를 취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오픈소스로 구현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채택할 경우 보안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해킹에 따른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는 “자율주행은 안전과 보안을 항상 우선시해야 하는 만큼 오픈소스 방식이 일반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딥시크처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된다면 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자율주행 분야에선 외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인지 기술이 핵심인데 아직 딥시크처럼 저비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없다”면서도 “딥시크를 계기로 수년 내 적은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안전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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