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업계 최대어로 꼽히는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사업부 매각이 이달 본입찰을 앞둔 가운데 난항을 겪고 있다. 몸값만 최소 5조 원에 이르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수 후보들은 유럽과 미국의 관세정책이 강화되면서 추가 성장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은 물론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도 관망세로 돌아서자 CJ제일제당 측 또한 무리하게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투자은행(IB)과 사료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달 중하순에 본입찰을 실시한다. 현재까지 PEF MBK파트너스와 칼라일그룹이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인수를 검토했던 한 사료 업체 고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사료용 아미노산 제조업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 세계 업황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그린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을 앞둔 지난해 3월에는 식품첨가물을 제조하는 FNT(Food&Nutrition Tech)사업부를 분할한 지 1년 4개월 만에 다시 통합해 몸집을 키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CJ의 기대치가 높아 ‘셀러’ 마켓이 아닌 ‘바이어’ 중심의 딜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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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업계 등 관련 업계에서는 하림·이지홀딩스 등이 인수를 검토했으나 현재는 의향을 접은 상태다. 2019년 CJ제일제당의 사료 사업에 관심을 두고 실사까지 진행했던 네덜란드 기업 뉴트레코 역시 이번 그린바이오사업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 외 검토에 나섰던 글로벌 PEF들은 하나둘 인수전에서 이탈했다.
CJ제일제당의 매각이 어려운 것은 높은 몸값 외에도 반덤핑관세 등 주요 소비처인 미국·유럽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바이오사업부가 제조하는 라이신 등 8대 사료용 아미노산의 경우 중국 업체들과 CJ제일제당이 전 세계 시장의 주요 제조사다. 그동안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이어졌지만 유럽연합(EU)이 지난달 17일 중국산 라이신에 58.3~84.8%의 임시 반덤핑관세를 적용하면서 판매가가 훌쩍 뛰었다.
단기적으로는 CJ제일제당에 호재로 여겨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EU의 자국 산업 지원 정책으로 인해 CJ제일제당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돼지 등 축산업 강국인 스페인이나 영국 등은 유럽 시장 내의 사료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농업 강국인 유럽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로부터 사료 생산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의도”라면서 “유럽계 사료 기업들이 CJ제일제당 인수를 꺼리는 것도 제조 시설 등 자산이 유럽에 없기 때문에 관세정책의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PEF 역시 CJ제일제당의 중국 매출 비중이 20%에 이르는 점을 놓고 고심이 깊다. 중국 투자 의지가 높은 MBK나 칼라일조차 미중 무역 갈등이 점점 거세지는 현재는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제조 시설이 있어 중국 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관세정책 강화의 수혜 기업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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