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현대차(005380)의 주주 소통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의 수장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그룹을 거론하며 칭찬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2025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기업들의 합병·물적분할 이슈에 대한 금감원의 역할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현대차가) 선진적 주주소통문화를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주주나 최고경영진이 (그들의) ‘니즈(요구 사항)’를 소통을 통해 (주주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트랜드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매출 175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는 최근 지난해 연간 배당을 전년 대비 5.3% 늘어난 주당 1만 2000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 원장의 위와 같은 발언은 기업의 유상증자나 공개매수, 물적분할·합병 등 과정에서 일반 소액 주주들의 권익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특히 기업 활동에 있어서 기업이 주주와 소통 없이 일방적인 결론을 통보하는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기업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담겨야 한다”며 “그 사업이 왜 필요한지, 구조조정은 왜 필요한지 충분히 사전에 시장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이 적절한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두산(000150)그룹이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자회사 두산밥캣(241560)과 두산로보틱스(454910)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두산밥캣 주주 가치에 피해를 준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도 적극적으로 이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당시 이 원장은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증권신고서)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오는 6월 임기를 마치고 난 뒤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25년 공직생활을 했으니 ‘민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하면 또 ‘어디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것 같고 대화도 건강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퇴임식 때 여러분께 뭘 하면 좋을지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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