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백화점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재고 상품을 패션 아웃렛보다 더 할인해서 판매하는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와 팩토리아울렛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정상가 구매 대신 재고 상품이라도 할인율이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인 ‘팩토리스토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의 ‘오프웍스’도 지난해 30%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2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는 유통사가 유명 브랜드의 재고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파격적인 할인가로 판매하는 매장이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스톤아일랜드 등 럭셔리 브랜드와 컨템포러리(준명품) 브랜드 상품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초기 판매가 150만 원인 몽클레르 스웨트셔츠가 이 매장에서는 49만 원에 판매된다.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도 아미, 메종키츠네, 폴로 랄프로렌 등 인기 브랜드를 40~8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이들 매장의 호황은 경기 침체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4분기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재고 물량이 늘어나자 확보할 수 있는 재고 상품이 많아진 것이다.
아웃렛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팩토리아울렛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이랜드리테일의 뉴코아아울렛 광명점은 지난해 팩토리아울렛 전환 이후 매출이 1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팩토리아울렛 전환 이후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세대의 유입이 400% 이상 증가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성향이 강화되면서 할인 유통 채널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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