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하사비스(사진)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에 대해 “과장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에서 나온 AI 중 최고의 결과물이지만 과학적 진보는 없었다는 것이다. 알파고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하사비스는 AI 기반 단백질 구조 해독에 대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거머쥔 세계적인 AI 석학이다.
9일(현지 시간) CNBC는 하사비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구글 행사에서 딥시크 AI 모델에 관해 “아마도 중국에서 나온 것 중 최고의 결과물로 지정학적 규모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과학적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하사비스는 딥시크가 가져온 기술적·산업적 혁신은 높이 샀으나 AI 과학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는 점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하사비스는 “딥시크는 굉장히 훌륭한 엔지니어링을 보여줬다”면서도 “기존 AI 기술을 사용하는 데 머물러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오픈AI 최신 모델을 위협하는 높은 성능과 더불어 저렴한 훈련 비용으로 주목 받았다. 훈련비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저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극한까지 최적화하는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선보였다. 적은 연산량으로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픈AI 최신 모델 등이 내놓은 답변으로 자사 AI를 학습시키는 ‘증류’ 기법도 도입했다. 하사비스는 딥시크의 프로그래밍 최적화 등 ‘공학적’ 성취는 인정했으나 증류 기법은 새롭지 않다고 본 셈이다.
이는 오픈AI와 구글 등 AI 선두 업체들이 증류 기법을 일찌감치 개발해 사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사비스가 이끄는 딥마인드는 올 초 AI 생성 데이터로 ‘학생 AI’를 교육시키는 증류 기법에 관한 논문을 내놓으며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하사비스는 성취 면에서 최근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2.0 플래시가 더 효율적이라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실제 AI 순위를 매기는 챗봇아레나에서 제미나이 2.0 플래시 추론(씽킹) 모델은 등장 이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고성능·고효율 AI가 속속 등장하며 테크계에서는 사람과 같은 일반인공지능(AGI)의 도래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사비스는 AGI를 “인간이 가진 모든 인지 능력을 보이는 시스템”으로 정의하며 5년 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AGI 등장은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AGI로부터 어떤 혜택을 얻을 것이고, 어떡하면 사회 전체가 혜택을 누리도록 할 수 있을지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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