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올해 미국 경제와 정책 방향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약과 실제 정책 실행 사이에는 예상치 못한 굴곡이 있기 마련이므로 새로운 시대를 헤쳐 나갈 우량 기업을 찾는 것이 올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치러진 선거 결과는 글로벌 경제 시장에 중차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관세 인상,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 확대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지역·기업·섹터별로 다각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중국에는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협상 후 시행 시기가 일단 보류됐으나 중국과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이 조치는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새로운 관세 정책은 미국 기업들의 국내 생산 전환을 유도할 수 있지만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공급망을 멕시코와 베트남으로 다변화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관세 도입 이후 중국 기업의 미국 수출은 감소했지만 전 세계 수출량은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유럽과 일본 제조기업 중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업체들은 오히려 관세 정책의 혜택을 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자국 경제를 우선시하는 만큼 미국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어갈 거란 예상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은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가령 법인세 감면은 전반적인 기업의 수익성을 증가시키겠지만 구조적인 약점이 있는 부실기업은 단순한 세제 혜택만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섹터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분산 투자 전략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정책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 외에도 다양한 산업 전반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 소수의 대형 기술주가 주도했던 미국 주식 시장의 정상화 과정이 이미 지난해 3분기 시작됐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올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섹터에서 다수의 새로운 투자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정치적 변화는 투자자에게 위기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다가올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을 이해하고,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우량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는다면, 변화의 시대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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