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대폭 하향했다. 석 달 만에 전망치가 0.4%포인트나 낮아진 것은 내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1일 ‘KDI 경제전망 수정’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모두 악화된 것을 반영해 대부분 부문에서 다 하향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미국 정부가 관세 인상을 시작한 데다 통상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커지다 보니까 그 부분이 우리 수출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이렇게 수출이 안 좋아지면 가계 입장에서도 소득이 불안정해지고 또 최근에 정국 불안 때문에 (소비) 심리가 위축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는 0.9%, 하반기가 2.2% 성장할 것이라는 게 KDI의 새로운 전망이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1.8→1.6%)와 설비투자(2.1→2.0%), 건설투자(-0.7→-1.2%), 상품수출(1.9→1.5%) 모두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국내 정국 혼란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하락했다”며 “건설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민간소비도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는 종전과 같이 각각 1.6%와 1.5%를 전망했다. 취업자 수는 기존 전망보다 4000명 감소한 10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총괄은 위험요인에 대해 “미국 통상정책 변화의 대상과 시기,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경우 대내외 투자 수요가 축소되고 우리 수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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