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028260) 임원 10여명이 최근 자사주를 18억 원가량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책임 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실제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사장·부사장·상무 등 임원 11인은 지난 3~5일 삼성물산 주식 1만 5030주를 총 17억 5920만 원에 장내 매수했다. 특히 강병일 사장은 5200주를 총 6억 1806만 원에 매입했으며 정해린 사장과 오세철 사장도 각각 자사주 2600주, 2000주를 2억 9900만 원, 2억 3670만 원에 사들이며 ‘통큰’ 매수 행렬을 보였다. 이밖에 송규종 부사장(1억 9206만 원), 이준서 부사장(1억 1600만 원), 이재언 사장(1억 1468억 원) 등도 적지 않은 금액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들에게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기업들이 많다”며 “삼성물산은 지난달 9322억 원 규모의 주식 소각 계획을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해 3월 16만 8200원으로 1년 중 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날 종가 기준 11만 8800원까지 무려 -29.37%나 하락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건설 업황이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을 뿐더러 지분의 5%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지난 3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검찰이 곧이어 대법원에 상고하며 사법 리스크가 남게 됐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임원 60명이 자사주 157억 7705만 원어치를 사들인 바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5만 전자’에 머물러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작년 4분기 당초 예상보다 비교적 양호한 영업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에는 반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주주환원 확대, 기업·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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