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2일부터 철강과 관련해 한미 무관세 쿼터 협정을 폐기하고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도 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을 겨냥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을 조준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포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멕시코 등 집권 1기 때 철강에 25% 관세 예외를 적용했던 다수 국가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들 국가와의 합의가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월 12일 각국과의 합의를 폐기하고 동시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8년 미국과 협상해 연간 263만 톤의 철강재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의 물량은 수출할 수 없는 쿼터제를 운영해왔다. 한국의 철강 수출에서 미국은 금액 기준 1위로, 다음 달 11일까지 미국과 협상하지 못하면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4주 동안 매주 (관세 등 무역 관련) 회의를 할 것”이라며 “반도체·자동차·의약품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 자동차는 매우 크고 중요한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1·2위 품목으로 지난해 각각 347억 달러(약 50조 2000억 원), 106억 달러(약 15조 원)어치를 수출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생산 물량의 약 30%, 한국GM은 90%를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산 의약품의 대미 수출도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로 의약품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은 1위(18%)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기업이 미국에서 판매할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절대 안 된다.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우회 수출도 정조준했다. 멕시코에는 기아 등 국내 500여 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다만 추후 협상에 따라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했다”며 호주가 몇 안 되는 미국의 무역흑자국이라는 이유로 호주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이 알려지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며 “주요 철강 수출국 경쟁 조건이 동일한 만큼 그에 따른 기회 요인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남은 한 달간 우리 입장을 적극 피력하는 한편 업계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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