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 코스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추락하고 코스피로 이전 상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코넥스 시장은 정체성마저 모호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그간 정부가 허용하지 않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정 이사장은 11일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해 4대 핵심 전략, 12대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대 핵심 전략으로는 △자본시장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달성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자 신뢰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투자자 신뢰 제고 차원에서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구조 개편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을 떠나려는 수요도 있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정책 당국,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일본의 사례(3부제)도 참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투자자들의 다양해진 수요를 반영해 가상자산 ETF 상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비트코인 ETF 승인에 이어 7월에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승인됐지만 금융 당국에서는 증권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선물에 이어 현물 ETF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도 너무 늦지 않도록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고려하면서 공식적으로 금융 당국과 가상자산 ETF 도입 방안과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해 점진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밸류업 우수 기업을 선정해 표창하고 기업 간담회·컨설팅 등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밸류업 펀드 규모는 더욱 늘린다. 밸류업 펀드는 지난해 11월 최초 2000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가 다음 달인 12월 30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해 총 5000억 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지수사용권 개방을 통해 한국물 지수 파생상품의 해외 상장을 허용하고 뉴욕·런던 사무소를 개소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선진지수 편입 마케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등 올해 녹록지 않은 자본시장 환경에 대응해 한국 시장이 ‘프리미어 자본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략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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