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경영개발원이 인공지능(AI)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룹 싱크탱크 역할은 물론 알짜 계열사 역할까지 톡톡히 한 셈이다. 구광모 회장의 미래 비전 ‘ABC(AI·바이오·클린테크)’의 한 축을 담당하며 그룹 내 입지도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경영개발원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8%, 23% 증가한 2728억 원, 10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넘어섰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영업이익이 수억 원대에 그쳤던 LG경영개발원의 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것은 AI 덕분으로 풀이된다.
LG경영개발원은 LG경영연구원(옛 LG경제연구원)과 임직원 교육 연수 기관인 LG인화원을 운영한다. 2020년 AI 전담 연구 조직인 LG AI연구원이 추가됐는데 최근 들어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AI연구원에 대한 연구용역 의뢰가 쇄도했다. 기업들이 원자재 구입, 생산 공정, 물류 등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 현장의 난제를 제시하면 AI연구원이 솔루션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방식이다.
LG의 생성형 AI 모델 ‘엑사원’ 수익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 2.0을 발표한 후 지난해 8월 3.0, 12월 3.5 버전을 내놓는 등 차세대 모델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LG AI연구원은 3.5버전을 공개하며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업무용 생성형 AI인 챗엑사원 서비스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 위주의 공급을 넘어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폴라리스오피스·한컴과 엑사원 활용 관련 제휴를 맺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퓨리오사 AI와도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한다. 바이오 영역에도 진출했다. LG AI연구원은 최근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세대 단백질 구조예측 AI를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잭슨랩과 알츠하이머와 암의 진단·치료에 쓸 수 있는 예측 AI 기술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싱크탱크의 외연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중국의 생성형 AI 모델인 ‘딥시크’급 신모델을 공개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6일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간담회에서 “연내 딥시크 AI 모델과 비슷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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