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일부 시중은행에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실버바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금거래소는 전날 주요 시중은행에 “실버바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배송이 기존보다 2주가량 늦을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한국금거래소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과 단독으로 판매 대행 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1㎏ 단위 실버바를 공급해왔다. 현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하는 1㎏, 500g, 100g 단위 실버바는 모두 품절된 상태다. 한국금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골드바와 실버바 주문이 폭발하면서 평소 대비 10배가량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수급과 가공에 시간이 배 이상 걸려 주문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금과 은의 실물 구입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 차질이 생기는 모양새다. 은행권 골드바 조달처 가운데 하나인 한국조폐공사는 전날 판매 중단을 공지한 바 있다.
은행 실버바 판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전날까지 1㎏ 단위 실버바를 50개 판매했다. 약 40일 만에 지난해 9~12월 판매량(44㎏)을 훌쩍 넘긴 것이다. 특히 2월 들어 전날까지 21㎏의 실버바를 판매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실버바 판매 수량 8개를 기록한 국민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 10개의 실버바를 이미 판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계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뿐 아니라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폭발하며 올해 들어 은 가격은 금 가격과 함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기준 은 현물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0g)당 31.73달러로 지난해 말(28.91달러) 대비 9.7%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금이나 은 같은 현물 자산을 매입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 주요 금융자산과 연동이 적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3%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다음 달 12일부터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의 보편적 관세 우려 등으로 금과 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보편적 관세는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를 유발해 귀금속 약세 요인은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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