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많은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해질이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어 화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전기차 구입을 기피하는 이들도 많아진 게 사실이다. 최근 포스텍·서울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물을 가둬 두는 방식으로 화재 위험을 낮추고 충전과 방전을 1000회 반복해도 용량을 80% 가까이 유지하는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은 유기용매(화학물질로 만든 액체)로 돼 있는데 이 유기용매는 잘 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화재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물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수계 리튬이온배터리’가 대안으로 연구된다. 하지만 수계 리튬이온배터리는 물의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배터리의 수명이 짧고 성능도 제한돼 실용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트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된 연구 내용에 따르면 연구팀은 물의 반응성을 억제하는 ‘용매화’ 설계를 이용해 수계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들었다. 배터리 안에서 리튬이온 주변에는 ‘1차 용매화층’이 형성되는데, 연구팀은 물 분자를 이 안에 갇히도록 유도해냈다. 물은 수소 결합을 하면 강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물을 가둬 배터리 전체에서 물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배터리의 전압은 1.23V에서 3.1V 이상으로 높아졌고 성능도 향상됐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이 기술로 만든 리튬이온배터리는 충·방전을 1000회 반복한 후에도 76%의 방전 용량을 유지하는 등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앞당기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불에 타지 않는 안전한 전해질을 적용한 수계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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