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비상장사인 이니바이오를 약 400억 원에 인수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한다. 이니바이오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 ‘이니보주’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한 업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005250)와 녹십자웰빙(234690)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니바이오 인수를 의결했다. 인수금액은 400억 원 가량이다. 녹십자웰빙은 자금조달을 위해 약 200억 원의 전한사채(CB)를 발행할 예정이다. 녹십자홀딩스도 이번 딜에 참여하지만, 향후 경영과 운영은 녹십자웰빙이 맡는다.
이니바이오는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이니보주’에 대해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국내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여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 기업과 3억 7000만 달러(약 5380억 원)에 현지 총판 계약을 맺고, 중국 현지에서 이니보주의 임상 3상을 진행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브라질·페루에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사업에 주력해왔다.
녹십자그룹이 이니바이오를 인수하는 것은 신사업으로 점찍은 미용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녹십자웰빙은 2023년 에스테틱 사업부를 출범하고 히알루론산(HA) 필러 제품 ‘유스필’, 폴리뉴클레오티드(PN) 스킨부스터 ‘필로드’ 등을 판매해왔다. 여기에 이번 인수로 보툴리눔 톡신 라인업을 추가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 미용의료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녹십자그룹은 지난해 7월 홍콩법인을 중국 CR제약그룹(화룬제약그룹)에 매각했다. CR제약그룹이 현지 유통을 맡은 이후 녹십자웰빙의 HA 필러 제품 등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 유통망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해 사업 확대를 노리는 것이다.
미용의료 분야는 국내 제약업계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지난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1개 제품으로만 186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방파괴주사제 ‘브이올렛’과 HA 필러 ‘봄’ 등 미용 의료를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종근당바이오(063160)와 휴온스(243070)바이오파마 등도 수출용 톡신 허가를 받았다. 동국제약(086450)은 지난해 메디컬 에스테틱 사업부를 출범하고 HA 필러 ‘케이블린’을 출시했고 PN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000100)도 지난해 성우전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용의료 기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몸값이 많이 내려가 시장의 눈높이와 맞춰진 상태”며 “올해 수십 억 원에서 수백 억 원 수준의 거래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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