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12일 “민간위탁사업 결산에 대해 간이 검증 절차만 거치는 것은 회계정보 신뢰성을 크게 저하시킬 위험이 있어 반드시 회계감사 체계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조례안을 개정해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을 ‘회계감사’에서 ‘검사’ 수준으로 간소화하자 이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최 회장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이나 보조금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법안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에 대한 ‘회계감사’를 간이 수준의 ‘결산서 검사’로 바꾸고 검사인으로 세무사를 지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에 서울시가 서울시의회를 대상으로 제소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지방의회 재량권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조례안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한공회는 간이 검사로는 사업비 부당집행 등을 차단할 수 없는 만큼 엄격한 회계감사로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원천 근절하기 위해 보조 사업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와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한 사업 규모는 9424억 원(345개)으로 회계감사보수는 약 9억 원에 불과하다.
재정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의회가 다른 지자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11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경북·광주·충남 등에서 서울시의회와 같은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비영리법인은 일반시민·납세자·기부자 등으로 이해관계자 범위가 확대돼 감독기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강화된 회계감사가 필요하다”며 “일정 규모 이상 보조금 및 위탁사무업무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내부통제체계와 감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지자체 민간위탁사업비 결산검토를 두고 세무사와 회계사 간 갈등이 벌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직역 간 업무다툼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며 “법에 따라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기관이 제대로 예산을 집행했는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대 국회에서 신외감법 입법을 주도한 최 회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관련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기 때문에 기업 자율에 맡겨도 회계투명성이 보장된다면 언젠가는 세계 기준에 맞게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모든 상장회사가 1회 이상 지정되는 2028년까지 주기적 지정제를 운영하면서 제도 유지·개선 필요성 등을 포함해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회계투명성이 우수한 기업으로 현대카드 사례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실무자에게 감사 비용을 고려하지 말고 어느 법인이 가장 깐깐하게 회계감사를 잘 할 수 있는 지를 기준으로 선택하라고 한다”며 “이처럼 감사인 지정제가 필요 없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법적인 환경도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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