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미 해군 함정 건조와 부품 조달 사업을 동맹국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 함정 건조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미 의회에 따르면 마이크 리(공화·유타)·존 커티스(공화·유타) 상원의원은 5일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공동발의했다.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은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은 해안경비대가 동맹 조선소와 협력해 신속하고 비용면에서 효율적으로 선박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국 등 적대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국 조선소에서 주요 선박 부품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리 의원은 "두 법안 모두 미국이 해양 안보의 최전선에 서도록 외교 관계와 동맹국의 비교 우위를 활용하도록 한다"며 "선박 건조 및 수리에 대한 접근 방식을 현대화해 재정적 책임을 보장하면서 군의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번스-톨리프슨법에 의해 해군 함정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업 역량이 점차 낮아져 군함 수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다. 미 해군은 준비 태세를 유지하려면 355척의 함대를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 291척의 함정만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위해 동맹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상원에서 자국 조선소에 한정돼 있던 군함 건조를 풀어주려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현재 함정 건조가 가능한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 정도가 꼽힌다. 특히 한국은 군함 건조에 경험이 많은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버티고 있다. 이 해군은 미국 내에서 신형 함선을 건조하려 할 때 건조 비용이 너무 비싸고 수리 예상 소요 시간과 비용도 두세 배 높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미 보수·수리·정비(MRO) 사업은 지난해 한화오션이 두 차례 수주를 따내며 진출한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 군함 건조 사업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미 해군의 '2025 건조 계획'을 분석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291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향후 30년간 구매 비용만 1조750억 달러(1600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해 초계함, 호위함, 잠수함까지 건조 가능한 기술을 갖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선박 건조에 동맹국들 또한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며 협력 의사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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