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지구의 주요 시설 중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이산가족면회소마저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수십 년 만에 만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던 만큼 안타까움이 크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우리 정부의 자산이기도 하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남북 합의 하에 설치한 이산가족면회소를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철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이 같은 동향을 위성으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고, 본관의 외벽 타일과 양쪽 부속 건물들의 벽체를 철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 철거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남북협력기금 550억 원을 들여 지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는 대지면적 1만5000평, 연면적 6000평 규모로 지하 1층~지상 12층에 행사장과 20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2009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던 뜻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산가족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들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숫자도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산가족찾기 누적 신청자 수는 13만4291명이지만 이 중 생존자는 3만6941명까지 감소했다. 이산가족 상봉의 상징적인 장소였던 면회소 철거는 실낱같은 재회의 희망을 깨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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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측과의 관계 단절을 시도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8개월 후인 2019년 10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해금강호텔,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일부와 금강산 펜션타운, 온천장, 고성강 횟집 등 등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기업들의 시설이 잇따라 철거됐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정부 자산인 소방서도 완전히 철거했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 중 우리 정부 자산이 모두 철거됐다. 금강산 지구 내 주요 시설들이 대부분 철거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중요한 시설들 중에서 이산가족면회소가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에는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철거하기도 했다. 남측이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북한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2019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자력갱생’으로 노선을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내외 메시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로도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정의한 후 군사분계선에 방벽을 설치하고 남북 연결 도로·철도를 폭파했으며, 개성공단 송전탑을 철거하는 등 남북 관계를 끊어내려는 듯한 움직임을 이어왔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철도 및 도로 훼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기한 바 있다. 통일부는 “북측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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