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 10년이 지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강조하면서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중견기업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시장에서 환영받는 대기업과 제도적 혜택이 충분한 벤처기업 사이에 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종철 중앙대 겸임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용역보고서 ‘중견기업 자금조달 및 투자 유치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종투사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중견기업 증권을 매입하거나 대출(신용공여)할 경우엔 조달 한도인 자기자본 2배의 예외로 인정하는 혜택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투사는 정부가 지난 2013년 국내 대형 증권사를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기업 신용공여 확대(3조 원), 발행어음 사업 인가(4조 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취득(8조 원) 등 단계별로 업무가 허용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투자 상품으로 미래에셋·NH·한국투자·KB 등 4곳만 허용된 상태다.
다만 종투사 제도와 발행어음 도입 목적인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취지와 달리 부동산 금융과 대기업 대출에 치중된 문제점이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4대 증권사의 발행어음 잔고는 38조 9000억 원 규모로 부동산 투자 한도인 30%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우량 대기업 금융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결과 전체 종투사 자산의 2.1%만 벤처기업 등 모험자본으로 유입됐다. 이에 금융 당국은 종투사가 혁신기업에 모범자본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올해 1분기 중 제도 개선안을 내놓기로 한 상태다.
박 교수는 벤처·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발행어음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종투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벤처·중소기업의 증권을 매입하거나 대출할 경우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한도의 예외로 인정하는데 이를 중견기업까지 적용하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종투사 제도를 통해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중견기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은 없는 상태다.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는 건 중견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금융조달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은 기업 수로는 1.4%에 불과하지만 수출 비중 17.7%, 매출 비중 15.4%, 고용 비중 13.1% 등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규제 및 시장논리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에 밀려 단순 은행 차입이나 내부 유보금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준이다.
2016년 도입한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 제도와 같이 중견기업 금융 업무에 특화된 금융투자회사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사모펀드(PEF)를 운용하거나 중견기업의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인수·주선 업무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박 교수는 “전체 중견기업 85%가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만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종투사의 ‘내부 투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혁신역량 중견기업까지 자금 공급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