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많은 은혜를 받았는데 이제 제가 한국 사회에 기여할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겠습니다.”
1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 나이지리아 출신 모하마드 하루나 함자(28·사진) 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와서 공부하게 된 것도 큰 기쁨인데 이렇게 졸업생 대표 연설까지 하게 돼 더없는 영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석사모를 쓴 그는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와 하늘·우주를 좋아했다고 한다. 모하마드 씨는 “어릴 때 살던 나이지리아 요베는 비행기가 많이 날아다녔는데 그걸 보고 직접 비행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되는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았다. 모하마드 씨의 모국인 나이지리아는 영국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후 종족·부족 간 갈등과 내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어린 시절 테러 단체에 의해 집과 학교가 불타 없어지고 목숨도 위협받는 상황을 수차례 겪었다. 모하마드 씨의 가족은 테러 위험을 피해 남쪽 라고스로 피란을 갔다. 피란지에서는 형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라고스에서 취직한 형이 내 학비와 생활비를 댔다”며 “형 덕분에 중·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모하마드 씨는 2017년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경희대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마친 후 조선대에 입학해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다. 2022년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어학연수와 학·석사 과정을 할 때 필요한 학비·생활비를 한국 정부가 지원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KAIST 박사과정에 진학한 그는 인공위성 광학 시스템 개발·설계 분야를 연구할 예정이다.
모하마드 씨는 두 가지의 큰 꿈을 꾸고 있다. 항공우주공학자로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 한국에 보답하는 길을 평생 모색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한국 사회 발전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의 최대 목표는 모국에서 항공우주대학을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모하마드 씨는 “나이지리아의 학생들에게 ‘미래는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결과’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며 “현재 상황이 힘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위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노력하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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